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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 밖의 꽃가지 봄 맞아 움트더니
해마다 다름없이 옛 정신 보여주네.
까닭 없이 봄바람의 시새움을 받고는
찬 자태 움츠려 주인을 보는구나.
花枝
墻外花枝欲動春 年年長見舊精神
無端更被東風妬 掩抑寒姿向主人
- 金麟厚(1510-1560)
봄소식은 담장 밖 꽃가지에 제일 먼저 찾아든다.
새잎이 나기도 전에 꽃망울이 몽글몽글 부푼다.
겨우내 언 가지 어디에 저리 따스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가
제가 먼저 알고 나오는가 ? 해마다 봄날이면 나는 마치
기적을 보는 것만 같다. 하지만 아직 남은 추위 속에
겨우 고개를 내면 꽃몽우리 앞에 봄바람의 질투가
만만치 않다. 추위에 잔뜩 움츠린 채 나를 보며,
“주인님! 저 바람을 어떻게 좀 해 주세요. 네!”하며
애원하는 것만 같다.
출처 : 우리 한시 삼백수 - 정민 평역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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